[슬기로운 서평생활] 말실수가 두려
[슬기로운 서평생활] 말실수가 두려운 사람을 위한 우리말 사용법/ 이경우 지음/ 유노북스 펴냄[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국화. 사진=gettyimagesbank 이 책은 첫 쪽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정독할 필요가 없다. 서울신문 어문부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 등을 거쳐 현재 미디어언어연구소장, 국립국어원 외래어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는 대표 어문기자인 이경우 작가가 쓴 <말실수가 두려운 사람을 위한 우리말 사용법>은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책에 가깝다. 그는 비표준어가 곧 틀린 말이니 표준어로 바로 바꿔버리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고민하며 풍성한 말글살이에 대해 고민하는 어문기자다.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대목은 언론이 죽음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다룬 챕터다. “OOO 씨가 8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기사에서 자주 보는 '별세'와 '향년'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향년'은 사전에서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다. 저자는 “'향년'은 군더더기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입적·열반(불교), 소천(기독교), 선종(가톨릭), 환원(천도교) 등 특정 종교에서 쓰는 죽음 표현도 어려운 말이다. 굳이 어려운 용어를 쓰거나, 백번 양보해 쓰더라도 쉬운 말 풀이를 달아주지 않는 건 다수 시민에게 뉴스를 전하는 언론의 책임있는 자세일 수 없다. '별세'라는 표현도 일상에선 쓰지 않지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국어사전 뜻풀이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다. '타계'도 본래는 세상을 떠난다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에서는 “귀인의 죽음을 이르는 말”로 정의했다. '서거'도 죽는다는 뜻이지만 권력이나 명예를 가졌던 인물이 사망했을 때 '서거'를 붙인다. 저자는 “차별이 있다”며 “별세-타계-서거 순”이라고 지적했다. 왜 누구의 죽음은 '사망'이고 누구의 죽음은 '서거'일까. 언론은 취재원이 죽었을 때도 이들의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미망인'이 아니라 '배우자'로 언어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망인은 중국 노나라 때 좌구명이 쓴 책 '춘추좌씨전'에서 처음 쓰였다고 하는데 '아직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다. 순장을 하던 시대를 반영한 폭력적인 성차별 언어인데 '미망인'이란 말이 최근 언론보도에[편집자 주] 이 시리즈는 유발 하라리, 레이 커즈와일, 에이미 웹, 제이슨 솅커, 토마스 프레이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래학자 5인의 주요 저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세계가 직면한 정치·사회·경제·기술적 위기를 분석하고 다가올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과 방향성을 5회에 걸쳐 탐색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는 '진실'보다 '자극'이 먼저 유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의 클릭을 유도하는 한 줄의 자극적 문장이 사회를 분열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가짜뉴스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 탄핵 심판 국면에서 불거진 '중국 간첩 99명 체포' 허위 보도는 이 위기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정보 전쟁의 시대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각각의 분야에서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통찰한다.하라리는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오늘날 정보의 위기가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라 '선별 방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알고리즘은 진실을 기준으로 정보를 분류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인터넷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정보를 맞춤 제공하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게 되는 '정보 버블'에 갇힌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론장을 위협한다.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1.3%가 SNS에서 허위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약 40%가 해당 정보를 진실로 믿었다. 특히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내용일수록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경향이 강하며, 다수는 이를 사실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대표적인 사례가 계엄 내란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1월 16일 한 유튜버의 주장을 인용한 인터넷 언론 스카이데일리의 단독 보도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침투한 중국 간첩 99명이 체포됐다"는 내용은 수사 당국에 의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보도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며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영사 제공 가짜뉴스는 정치 영역을 넘어서 경제에도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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