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방제식 기자]5월 1일 새벽 5시.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천 도심 한복판에 모여들었다. 게릴라를 자처한 이들은 손에 총 대신 호미와 씨앗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왜 스스로를 게릴라라 칭하며 호미와 씨앗을 들고 모였을까?5월 1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노동절이다. 메이데이로 불리는 노동절은 전 세계 노동자들이 1889년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한 제2차 인터네셔널 창립대회를 유혈 진압한 데 맞서 대응한 미국노동운동을 기념하며 시작되었다.100여 년이 지나서야 그때 말한 8시간 노동이 정착되고 있다. 그때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당시 이건 불법이었다)."기계를 멈추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그런데 5월 1일은 노동절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국제 해바라기 게릴라가드닝 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4월 초, 지인 J가 퀴즈를 냈다."5월1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나는 당연한 듯 대답했다."노동절이지요.""노동절 말고 다른 의미도 있는 날이에요. 혹시 '국제 해바라기 게릴라 가드닝 데이'라고 들어보셨어요?"이번 동행취재의 계기가 된 대화였다.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 시대에 5월 1일을 노동절로만 알고 있던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들을 때는 솔직히 너무 큰 스케일의 이름에 조금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알아보기 시작했다.맙소사. 그런데 이름 하나하나 진지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국제 : 당연히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색의 범위가 애매해서 chatgpt에게 물어보니 한국을 포함해서 약 30여개 국가에서 이 날을 기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문서화 된 것만 이 정도 규모이고, 실제로는 더 많은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해바라기 : 왜 해바라기일까? 이것도 주요한 궁금증이었다.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해바라기가 게릴라 가드닝의 목적(시민참여, 도시환경개선, 공동체의식고취 등)에 부합하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광화문 글판에도 걸리며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 ‘풀꽃’을 쓴 나태주는 ‘풀꽃 시인’으로 불린다. 나태주는 1971년 ‘대숲 아래서’로 등단한 뒤 50여 년간 시집, 산문집, 동화집, 시화집 200여 권을 낸 작가다. 정지용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았다.그가 쓴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말로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에세이다.책에는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 함께 담겼다. 스웨덴 국민화가로 불리는 라르손은 사랑하는 아내, 8명의 자녀와 함께 시골집에서 살며 화목한 가정생활을 했다.그는 이 시절 목격한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알록달록한 수채화로 기록했다. 사랑과 애정이 듬뿍 녹아든 라르손의 그림에 나태주 시인의 문장이 더해져 독자의 마음을 다정하게 다독여 준다.책은 자존감, 결핍, 인생, 행복, 사랑, 가족 등 열두 가지 주제에 관한 나태주 시인의 깨달음과 어울리는 시구를 담았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부터 열아홉 살에 처음 교단에 선 날, 담즙성 범발성 복막염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건 등 저자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담을 얘기한다.만으로 80년이 넘는 세월을 산 시인이지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무정의 용어”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나태주는 “불행과 고난이 전혀 없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진정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한다.저자가 말하는 깨달음은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이 아니다. 모두가 서툴고 힘들지만, 그런 고난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너그럽게 용서하며 격려하라는 게 이 책의 요지다.너무 단순한 조언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한마디와 라르손의 사랑 가득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은 단순함에서 온다’는 말이 떠오른다. 삶이 고달프고 매일 자책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행복이 단숨에 찾아오지는 않더라도, 담백한 글귀와 그림을 보고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